2015년 12월 15일 화요일

국제유가 130 달러의 추억


2008년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았다. 같은 해 경제위기가 닥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국제유가는 20달러선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올랐다. 

내가 석사 논문을 쓴 시점은 2009년이었다. 나는 국제유가가 300달러가 될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보았다. 물론 휘발유가격은 국제유가보다는 싱가포르 석유현물시장에 의해서 더 좌지우지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국제유가의 흐름과 연동된다. 

국제유가가 300달러가 되면 크리스탈러, 베버, 튀넨, 알론소 등이 말한 거리조락 곡선의 기울기의 절대값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알론소의 주거입지 이론처럼 기울기가 커진 상황에서 가난한 사람은 도심부에 입지하고, 부자들은 외곽으로 밀려나가는 역전현상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당시 강남 아파트 가격을 조사하면서 이와 같은 특성이 일부 VAR 모형으로 증명되었고, 나는 그 사실을 논문으로 썼다. 지금도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내 예상과 달리 유가는 셰일혁명 등으로 연일 하락하고 있다. 말 그대로 '거리비용'은 낮아지고 있는 셈이다. 

생각해보니 내가 왜 그렇게 잘못된 예측, 즉 유가가 3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생각했는지를 생각해봤다. 아직도 기억나는데 90년 초등학교 3학년때 에너지 교육을 받으면서 석유가 35년치 밖에 남지 않았다는 통계를 분명히 본 적이 있다. 그로부터 19년이 흘렀으니 이제 석유는 16년어치 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내 무의식이 계산했던 것은 아닐까? 

어쨌든 내 논문은 변변한 학술지에 발표도 안 하고 그냥 묻혔다. 원유가격의 비대칭성에 대한 가설도 깨졌다. 허술한 점이 많지만, 나는 덕분에 시계열 그래프를 보는 눈을 배웠고, 엑셀로 빅데이터까지는 아니고 그냥 데이터를 이렇게 저렇게 가공하는 법을 배웠다. 데이터와 친해질 수 있다는 점은 내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었다. 

2009년,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공부를 많이 한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가끔 누가 내 석사논문 보여달라고 하면 그냥 보여주는데, "지리학과에서 가르쳐주지도 않는 계량기법을 어떻게 다 배워서 썼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독학(獨學)하고 독학(毒學)했다. 2009년 5월은 그렇게 뜨거웠다. 


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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